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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8 오전 10:41:29ㅣ조회:3931]
두만강 건넌 탈북여대생 
"탈북 많아져 처벌수위 줄었으나 남한 사람 접촉했으면 무조건 죽여"
탈북여대생 이혜경씨 (가명. 21세. H대 중국어과) 이씨는 신변상의 위험을 이유로 가명을 써줄 것을 요청했다. (사진은 신변을 이유로 모자이크 처리함) ⓒ 뉴데일리
"이젠 욕하고 싶지도 않아요, 너무 많이 해서…인민들은 굶어죽고 있는데 김정일은 정권 유지에만 급급하니까, 어이가 없을 뿐이죠"

21살, 탈북대학생 이혜경(가명. H대 중국어과 2학년)씨는 26일 서울 신촌 비즈센터에서 뉴데일리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이씨는 "탈북하다 잡힌 것도 많이 봤다. 하루이틀 중국에 있다가 잡혀 나오는 사람들을 북한에서 공개처형하고, 사람들 모인 자리에서 총살했다"며 "지금은 워낙 중국으로 탈북하는 게 일반화돼서 다 죽일 수 없어서 2~3년 강제 노동 시키거나 돈을 주면 풀려나올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남한 사람을 만났거나 기독교인이 된 것을 들킨다면 무조건 죽인다"고 전했다.

◆"중국이 가장 잘사는 나라라고 생각… 체제 불만 잘못 말했다간 가족까지 총살"

북한에 살 때 이씨는 중국 국경과 맞댄 지역에 살았다. "그때는 중국이 가장 잘 사는 나라라고 생각했어요. 미국은 정말 나쁜 나라라고 생각했고요"

이씨가 겸연쩍게 웃었다. 그는 "북한에서 10년 밖에 못 살았지만 내 기억에는 북한 사회는 가난을 떠나서 너무 다양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어느 날 엄마는 어린 이씨에게 말했다. 중국에 가자고…

"그때는 중국이 가장 선진국인 줄 알았어요. 엄마가 중국에 가자니까 잘사는 나라라고 생각해서 좋아했죠. 실제로 북한에 있는 주변 친구들은 대다수가 그렇게 생각했어요"

98년 겨울, 당시 10살이었던 이씨는 엄마 손을 잡고 두만강을 건넜다. "굉장히 추운 겨울이라 두만강 물이 얼어있었어요. 그때 국경을 지키던 군인에게 돈을 주고 강을 건넜어요"

중국으로 건너간 두 모녀는 중국 동북부 하얼빈에 안착했다. 거기서 두 모녀는 7년을 살았다. "중국에서 7년 정도 지냈어요. 제가 대학을 가야하는데 중국은 국적이 없으면 대학을 못 가서 다시 남한으로 입국했어요. 한국에 가면 대학에 갈 수 있다고 해서요"

이씨 모녀는 남한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중국인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한국에 입국한 엄마는 한 작은 부품회사에 들어가 돈을 모았고, 3년 만에 작은 분식점을 하나 차렸다.

‘북한 사회체제에 불만을 가지는 사람은 없나’는 질문에 이씨는 "북한사회는 완전히 봉쇄된 사회"라며 "김정일이 미국 때문에 북한이 가난하게 산다고 세뇌교육 시켰다"고 했다. 이씨는 "내가 북한에서 살 때도 남한과 관련된 정보가 많이 들어와 있었다"며 "북한의 사회체제에 문제가 있다고 알고 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걸리면 당사자 뿐 아니라 가족 전체가 총살당하니까 말할 수 없었다"고도 했다.

"체제 불만 세력으로 잡히면 어제 대화한 사람까지 모두 잡혀가요. 그러니까 쉽사리 얘기를 못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죠"

◆"북한에 삐라 계속 날려야…북한에서 죽는 사람 하도 많이봤다"

삐라(대북비방전단)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생각을 어떨까?

이씨는 "삐라가 어느 지역까지 가는가가 문제인데 만약에 북한 도시민이라면 대놓고 주울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삐라를 봤다는 거 자체가 잡혀갈 이유니까 무서워서…"라며 "산 속에서는 감시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삐라를 주워서 보기는 하는데, 봐도 경험해야 믿을 수 있는데 글로만 봐서는 이해를 못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어 "삐라를 한 두 번 보내는 게 아니라 계속 보내면 북한 주민 스스로도 남한 체제에 대해 생각하고 느끼는 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한 북한인권 관련 시민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씨는 처음 남한에 들어와서 정착할 때만해도 북한인권 문제에 관심이 없었다고 했다. 북한을 떠난 지 오래돼서 북한을 거의 잊고 산 이유도 있지만 북한에서 살 때 사람이 죽는 걸 하도 많이 봐서 인권문제에는 감정이 무뎌졌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다 남한에 와서 차츰 선배 탈북자들을 만나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처음엔 북한 인권에 관심 없었는데 먼저 탈북한 언니 오빠들 얘기를 듣다보니 활동을 안할 수 없다는 생각 들더라구요. 지금은 한국사회에 북한인권 실상을 알리는 캠페인을 하고 있어요"

북한에서 중국으로, 그리고 남한으로… 그곳에서 각각 10년 8년 3년을 보낸 이씨. 자신을 둘러싼 다른 세계에 대한 어려움도 많았을 것이다. 이씨는 남한사회에서 겪는 힘든 점도 고백했다. "탈북자에 대한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탈북자라서 기초수급자로 분류돼 그 전까지는 의료혜택을 받았는데 얼마 전에 의료보험이 끊겼어요. 엄마가 분식집을 하셔서 월급 80만원 이상이 되니까 국가에서 더는 지원을 안 해주더라구요. 얼마 전에 제가 엄청 아팠는데 기초수급자 의료혜택이 안 돼 돈이 엄청 나왔어요. 그 때 좀 서러웠죠"

이씨가 고개를 떨궜다. 이씨는 또 "남한에서 대학공부를 따라가려니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아무리 독서 많이 해도 한계가 있다. 남한에 온 지 3년 밖에 안됐으니까 독서량도 많이 부족하다"며 "대학 과제로 리포트를 쓸 때도 남한에서 체계적 성장하고 교육받은 아이들은 아는 것도 많은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래도 20대 탈북자들 중에 이씨는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다.

"가장 애매한 나이대가 사회에서 자리 잡을 시기인 2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이에요. 이때 탈북한 사람들은 결혼 준비도 안돼 있고, 대학을 가자니 나이가 많고, 남한사회에 부적응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북한 교육시스템은 인간의 학습능력을 계발시키기 보다는 공산주의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사상을 고무시키는 공동체 중심이기 때문에 이런 사회체제에서 교육받은 탈북대학생들은 스스로 학습하는 것 자체에 익숙하지 않다는 게 이씨 설명이었다. 또 지속적으로 공부해온 남한 대학생들에 비해 식량난과 탈북기간동안의 수학기간 공백으로 인한 기초학력 부족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탈북 대학생들은 언어 차이를 가장 힘들어 한다"며 "개인적 대화에서 장애물로 작용하기도 하고 직접적 차별대우로 발생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말투로 인한 어려움 때문에 북한 출신이라는 부끄러움과 자격지심이 생긴다"고 토로했다.

◆"탈북자도 그냥 사람으로 봐달라…언젠간 다시 북한 가서 교육일 하고파"

"탈북대학생들에게 학업에 대한 압박감 외에 취업문제도 심각해요"

이씨는 "탈북자라는 낮은 브랜드 가치는 경쟁력을 평가절하 시키거나, 탈북자라서 고용한다는 이미지를 부추기면서 탈북 대학생들을 혼란시킨다"고 말했다. 또, 탈북 대학생들은 신분 노출 두려움 때문에 정신건강에 많은 어려움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씨는 사진촬영을 극구 거절했다. 북한에 자신의 신분이 노출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탈북대학생들이 남한사회에 완전히 적응했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남한사회에 완전히 동화되려면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와 민간단체, 편견 없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러면서 "한국 대학생들이 탈북자도 그냥 사람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이어 "특히 좌파 쪽에서는 우리를 보고 "민족의 반역자"라고 한다"며 "작년에 한창 삐라 날릴 때, 민주당에서 "탈북자들은 민족 반역자라서 북한 인권의 실상을 말할 수 없다"고 대변인이라는 사람이 그러더라"고 목청을 높였다.

"너무 어이가 없었죠. 우리 탈북자들의 말을 믿어줬으면 좋겠어요. 1만5000명이 똑같은 말을 하는데도 정작 남한 정치권은 북한인권 문제를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어요. 더러는 "탈북자들은 주체사상 받아서 빨갱이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물론 세뇌를 받았을 수도 있지만 실제로 우리는 주체사상이 뭔 줄도 몰라요. 북한에서 대학교육까지 받은 사람이야 알겠지만 평범한 사람은 먹고살기 바빠서 사상이니 뭐니 연구할 시간도 없어요"

마지막으로 이씨는 "뭐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북한에 갈 수 있을 때까지 북한 민주화를 위해 이런 활동을 계속하고 싶다"고 답했다.

"북한에 가서 교육 쪽에서 활동하고 싶어요. 북한 사람들이 김정일 밑에서 세상을 모르고 세뇌교육을 심하게 받았거든요. 그 부분을 바꾸는 데 힘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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