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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4 오전 8:33:34ㅣ조회:4355]
김정일을 따르는 진보 
양극화라니요?
명사칼럼 - 김동길 박사
1928년 평남 맹산 출생 연세대 부총장, 조선일보 논설 고문, 국회의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태평양시대위원회 이사장으로 있다

대한민국의 정치현실을 “양극화”라며 걱정하는 지식인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게 도대체 무슨 뜻입니까. 좌는 왼쪽으로만 달리고 우는 오른쪽으로만 가니 큰일 났다는 말입니까. 좌는 목적지가 어디고, 우는 행선지가 어디 입니까. “양극화” 현상이 사실이라면, 좌는 갈 곳이 분명히 있어도 우는 갈 곳이 아무데도 없습니다.

극좌는 “김정일에게로 가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극우는 고작 갈 곳이 “자유민주주의 수호” 밖에 더 있습니까. 그것도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그렇다면 중도실용주의는 말도 안 되는 망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왜 존재하지도 않는 이념적 갈등을 내세우며, 북을 가까이 하자는 자들을 진보세력이라고 치켜세우니 한국인의 이념적 균형 감각이나 안정감이 깨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식으로 진보를 가장한 자들 뒤에는 반드시 적화통일의 반역사적, 반시대적 오류와 착각에 사로잡힌 자들이 도사리고 있으니, 대한민국과 그 헌법을 지키자는 자들은 수구·반동으로 몰리게 됩니다.

불을 보듯이 뻔한 사실을 바로 보지 못하고, 좌파니 우파니 갈라놓고 갈팡질팡하며 “우리는 중도다”라고 외치는 정권 주변의 인간들이 한심하게 여겨질 뿐입니다. “사실을 사실대로”는 역사가의 좌우명일 뿐 아니라 정치지도자들의 좌우명도 돼야 합니다. 앞으로 계속 좌니 우니 양극화니 하여 허공을 치는 뚱딴지같은 넋두리만 하면서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면 결국 김정일 세상이 되고 맙니다.

나의 스승이신 함석헌 선생은 선생의 은사이신 남강 이승훈 선생을 무척 존경하셨습니다.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 어른이 설립하신 오산 학교의 교무위원회에서 어떤 교사가 “○○군은 이번에 제적시켜야겠습니다. 말도 안 듣고 매우 사납게 굽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학교에서 내쫓아야겠습니다.” 그럴 때면 남강 선생은 매우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도 사나운 말을 잘 길들여야 훌륭한 말이 되는 법이야. 좀 더 잘 가르쳐 봐.” 그래서 제적할 수 없었답니다.

그러나 교무위원회에서 어떤 교사가, “XX군은 매사에 엇나가고, 정말 다루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놈이 공산주의 사회주의 사상에 물들어 아무리 타일러도 안 듣습니다.” 그럴 때면 남강 선생은 단호한 표정으로, “제적시켜. 그런 놈은 희망 없어. 암만 가르쳐도 소용없다”고 하셨답니다. 그래도 그것이 한 시대를 내다보는 선각자의 현명한 자세가 아니었습니까.

남파된 간첩들과 놈들에게 포섭된 얼간망둥이들을 그대로 두고 대한민국의 안녕과 질서와 발전과 번영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어림도 없는 망상입니다. 좌파가 있고 우파가 있고 그 사이에 중도가 있다고 믿으십니까. 그것도 망상입니다. 대한민국을 뒤집어엎으려는 자들을 도닥거려 형제처럼 잘 지낼 수 있기를 바라십니까. 그것은 더욱 엄청난 망상입니다. 학생들을 위하여 “내가 죽거든 내 해골을 표본 만들어 생물 교실에 세워두라”고 당부하신 애국자 선각자의 한 마디를 귀담아 들으셔야지요. “그 놈은 제적시켜”하신 그 한마디를.


김동길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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