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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08 오전 11:37:30ㅣ조회:5288]
"노무현이 자살만 안했어도..." 
박연차 게이트로 유력인사들 추풍낙엽
명사칼럼 - 김동길 박사
1928년 평남 맹산 출생 연세대 부총장, 조선일보 논설 고문, 국회의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태평양시대위원회 이사장으로 있다

속칭 ‘박연차 게이트’가 이럭저럭 막을 내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한동안 유력 인사들이 줄줄이 구속이 되어 재판에 회부되었는데 단 2명만 무죄가 되고 나머지 21명이 유죄가 되었다니 대단한 ‘게이트’였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번 대법원의 최종 판결로 이광재는 강원도 지사직을 박탈당했고 서갑원은 국회의원직을 상실하였습니다. 태광 실업의 대표로 있던 박연차는 항소심에서 징역 2년 8개월을 선고받은 동시에 벌금 300억 원을 추징금으로 내야 한다니 300억 원이 어디 적은 돈입니까.

박 씨의 재판에 회부되었던 사람만도 21명이나 된다는데 그들이 박 씨로부터 정말 건네받은 돈의 총액이 과연 얼마나 되는 것인지 아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세상에 알려져 있기는 박 씨가 그 20여 명에게만 돈을 준 게 아니고 속되게 말하자면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붙잡고 거침없이 돈 봉투를 양복 안주머니에 찔러 넣어 주었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가 가지고 있던 돈은 도대체 얼마나 되는 것인가 궁금하지만 알 길은 없습니다. 그는 어떻게 그렇게 큰돈을 지니고 다니면서 펑펑 쓸 수 있었는지 수수께끼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 돈이 누구의 돈인가 하고 묻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돈을 물 쓰듯 하는 사람은 대개 제가 번 돈은 아니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기 자신이 피땀 흘려 번 돈을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오며가며 길거리에 뿌리듯이 돈을 쓸 수가 있겠습니까. 정말 벌어서 쓰는 사람은 구두쇠가 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박 씨의 경우도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면 그 많은 돈이 도대체 누구의 돈인가 좀 따져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만 무슨 힘으로 우리가 그런 걸 알아낼 수 있겠습니까.

노무현이 자살만 안 했어도 이번에 대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은 많은 인사들 중에 상당수가 구제될 수 있었다고 믿습니다. 더욱이 노 씨가 끔찍이 사랑했던 이광재가 강원도 지사의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아도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민주당의 국회의원 서갑원이 의원직을 물러나지 않아도 되었을 것입니다. 자기 사람이라면 끝까지 지키고 감싸던 보스 기질의 노무현이 그들이 그렇게 당하는 것을 보고만 있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노 씨의 깊은 속을 알 길은 없지만 일찌감치 박연차를 불러다 놓고 “네놈이 입을 벌려 함부로 내 사람을 건드리게 하면 그냥 안 둘 거야”라고 호통을 치며 자기 자신과 코드가 맞는 사람들만은 적어도 구제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박연차에게 야단 한 번 못 치고 졸지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무현이 좀 더 참고 기다리며 사실을 사실대로 밝혀만 주었어도 이렇게 많은 희생자들이 생기지는 않았을 것이고 특히 이광재나 서갑원은 무난히 임기를 채울 수 있었을 터인데!


김동길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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