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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4 오전 8:44:33ㅣ조회:1871]
신학자, 과학을 말하다 
과학은 중요하다. 하지만 모든 것은 아니다!

'물리학자들은 그들이 발견하고 숙고하여 실험적으로 확증한 모든 연구 결과에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과학자의 말이 아니라 신학자의 말이다. 일전 소개한 바 있는 가톨릭 신학자 한스 큉은 자신의 한 저서의 첫 구절을 그렇게 시작하고 있다. <한스 큉, 과학을 말하다>(분도출판사 2011)라는 책이다.

과학을 긍정하는 신학자

한스 큉이 자신의 모어(母語)인 독일어로 쓴 책으로 원제목은 이다. 영어로는 'The beginning of all things', 우리말로는 '만물의 시초'라는 뜻이다. 그는 이 저서에서 우주의 기원에서부터 시작하여 생명의 기원과 인류의 기원, 그리고 만물의 종말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 과학의 모든 성과와 결론을 검토하고 있다.

과학자가 과학을 논하는 것은 유별날 게 전혀 없다. 하지만 신학자가 과학을 논한다면? '과학적' 입장에선 '신학자가 무슨 과학을?', '또 무슨 억지이론으로 호교론을 펼치나?' 등등의 곱지 않은 시선을 가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스 큉은 통념적 선입견을 뛰어넘는다. 그의 현대과학 전반에 대한 식견은 ‘놀라운’ 수준이다. 게다가 첫 구절의 언명처럼 현대과학의 성과를 과감하게 긍정하고 인정하는데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과학은 받아들이면서 과학을 넘어선 곳으로...

한스 큉은 이 저서에서 과학에 대해 깊은 이해와 ‘애정’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고집스러운 ‘반과학적 호교론’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그는 과학을 대단히 높게 평가하는 바탕 위에서 과학적 결론의 자기 과신의 문제점에 대해 대단히 ‘과학적으로’ 그 한계를 지적한다. 그러면서 종교와 신앙의 문제는 인간과 세계에 대한 ‘과학’의 성급한 속단을 넘어서는 문제임을 차분하게 논증하고 있다.

계몽주의 이래 현대는 그야말로 과학의 시대다. 종교, 특히 기독교는 투철한 과학적 입장으로부터 모든 지점에서 비판과 도전을 받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물리학은 창세기를 천진난만한 우화로 만들어버렸고 진화론은 인간의 창조와 그 존재의 신성한 의미를 근원적으로 박탈했다. 과학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그런 결과를 당연하고 옳은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한스 큉은 과학의 그 같은 결론이 그 과학이 비판하는 ‘종교적 믿음’ 만큼이나 사실은 매우 '믿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한스 큉이 그 논란 많은 '창조과학' 같은 것을 주장하는 건 아니다. 그는 그런 것은 오히려 종교의 자기모독에 가까운 바보 같은 짓으로 본다. 그가 지적하는 것은 과학 그 자체가 안고 있는 과학적인 한계지점과 과학이 다룰 수 없는 영역에 대한 것이다.

신성한 자세의 문제

한스 큉은 그러면서 '믿음'이란 다른 각도에서 보자면 사실은 '자세'의 문제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주와 세계, 그리고 인간의 존재와 그 과정을 '신성하게 바라볼 줄 아는 자세'를 말하는 것이다. 사실 이런 자세로 보면 과학도 신성한 그 일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이성적 자세가 '신성한 자세'를 버린 것과 동의어일 이유가 없다. 그리고 신성한 마음가짐 없이는 인간의 소위 이성 어디에서도 굳이 인간적 미덕이 나올 논리적 이유가 없다. 그런 점에서 '분석'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이미 과학적이지도 않다. 단지 그런 것에 대한 믿음일 따름이다. 과학이 비난해 마지않는 그런 믿음 말이다.

교인은 교인대로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대로 음미할 가치가 매우 높은 교양서다. 분량은 많지 않으나 사실 '내용은 매우 많은 책'이다. 옆에 두고 되풀이 읽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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