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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8 오후 1:21:24ㅣ조회:2587]
일본 ‘우경화’의 국제전략적 해석 
이춘근의 전략이야기

작년 가을 아베 신조 내각이 출범한 이후 일본의 우경화 행보가 더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아소 다로 부총리가 말한 히틀러식 헌법 개정에 관한 언급은 국제적인 비난 뿐 아니라 일본 내부에서도 비판의 소리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독도 문제와 위안부 문제 등으로 앙금이 많은 한일관계는 도무지 개선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매년 8월 연중 행사처럼 있어온 일이지만 한국과 일본은 상대방을 격하게 비난하는 비방전을 더 확대할 것이다. 이미 나빠질 대로 나빠진 한일관계는 앞으로 한동안 개선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한국의 외교부는 그동안 전통적으로 사용했던 주변국을 지칭하는 용어인 ‘미일중러’를 ‘미중일러’ 로 바꿔 말하기도 했을 정도다.

그게 뭐 중요한 것이냐고 반문할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국제관계에서는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최근 한국 국민들의 국제정치 인식에 의하면 중국과 일본의 관계는 완전히 반전됐다.

한국인들은 중국을 대단히 우호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고 일본은 거의 적대국처럼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의 언론들은 친중, 반일이라는 대한민국 국가전략상 아무런 득이 될 것이 없는 불필요한 관점을 확대 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우익 일본정치인들의 속내는?

그렇다면 일본이 최근 보이는 행동은 왜 그렇게 된 것이며 앞으로 일본의 변화가 미칠 동북아시아 및 세계적 차원에서의 파장은 무엇일까?

우선 일본의 지도자들은 왜 갑자기 우파적인 목소리들을 쏟아내기 시작하는 것일까? 우선 일본 지도자들이 우경화된 것이 우연히 혹은 그들이 바보들이기 때문에 그렇게 됐다고 보면 안 된다. 그런 말을 해도 되는 상황이 됐고 오히려 그렇게 해야 되는 상황이 된 것인지도 모른다.

결국 일본의 우파세력은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 앞으로 수년간 우파적인 언급은 물론 정책도 실현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은 정치가들의 방정맞은 입 때문에 ‘우경화’되고 있다고 비난 받지만 실제 행동상으로는 전혀 우경화되고 있는 나라가 아니다.

냉전 종식 이후 1990년대 몇 년간 군사비가 증액된 바 있었지만 일본의 군사비는 GDP의 1%를 넘은 적도 없고 중국의 군사비가 매년 두 자리 숫자로 증액되는 지난 10여년 동안 일본의 군사비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었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1930년대 독일처럼 군사력을 증강 시키는 중국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관점을 취하면서 군사력이 오히려 줄어드는 일본은 극우라며 격렬하게 비판하고 있는 중이다.

일본의 군사비는 2013년 11년만에 처음으로 다시 늘어났다. 그것도 작년 대비 0.8% 정도에 불과했다. 언제라도 불투명한 것으로 유명한 중국의 국방비는 중국 정부 발표를 기준으로 할 때 작년에 비해 11.5 % 증액됐다.

이웃 나라의 위협을 분석하는 보다 올바른 방법은 그 나라가 뭐라고 말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가를 보는 것이다. 올바른 전략은 적의 의도와 능력을 분석하는 것인데 두 가지 중 더 중요한 것은 능력에 대한 분석이다.

힘이 없는 나라가 떠드는 것은 무의미하다. 반면 의도는 언제라도 쉽게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혹은 숨길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능력을 갖춘 나라를 더 무서운 나라로 보고 대처하는 것이 전략론의 기초다.

그렇다면 지금 대한민국의 국가 안보에 더 두려운 나라는 누구일까? 미운 나라와 두려운 나라가 일치할 때 외교안보정책은 쉬워진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때 외교안보정책은 복잡해지며 냉혹한 관점을 가지지 않는 한 실패로 귀결된다. 우리는 지금 급부상해서 미국과 맞장을 뜨겠다는 중국을 놔두고 전략적으로 협력해야 할 일본을 적으로 돌리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만약 미국이 쇠락한다면…

브레진스키 박사는 만약 미국의 힘이 약화된다면 한국은 대단히 어려운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할 터인데 첫째는 중국에 종속되는 것, 둘째 일본과 역사적인 원한이 있더라도 안보 협력을 해서 중국의 위협에 대처하는 것, 셋째, 핵무장 등 독자적으로 대처하는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한일관계의 역사를 아는 브레진스키 이기에 세 번째 대안을 제시했지만 그는 한국 기자의 질문에 한일 안보 협력이 최선이라고 답했었다. 다행스러운 일은 브레진스키의 가설, 즉 미국의 힘의 약화된다는 것이 단순한 가정일 뿐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지금 일본의 우경화에 대단히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있지만 사실 일본의 우경화는 국제구조의 우호적 지원 아래 이뤄지고 있는 일이다. 우리가 보고 인식하는 일본의 변화는 세계가 보고 인식하는 일본의 변화와 너무나도 다르다.

영국의 권위 있는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는 금년 5월 18일자 일본 특집호에서 일본의 부상을 대단히 우호적으로 다루고 있다. 동 잡지는 ‘자위대를 다른 모든 나라들처럼 상비군으로 전환 시킨 애국적 일본은 동북아시아의 안전보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일본이 ‘우경화’되고 있다고 말하지만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이 ‘애국적’(Patriotic)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일본의 군사력 증강을 동아시아 안보 구조가 심각하게 훼손될 일이라고 보지만 세계는 일본의 강화가 아시아의 안정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 세계가 우려하는 가장 심각한 현상은 중국이 너무 급속하게 군사화 했다는 사실이다. 중국은 지난 수십년 동안 경제발전 속도를 훨씬 상회하는 군사력 증강을 이룩했다. 그러다 보니 아시아에서 힘의 균형이 깨져버린 것이다. 아시아에서 ‘힘의 균형 유지’를 국가 대전략의 기초로 삼고 있는 미국은 다시 일본을 파트너로 불러 내고 있는 중이다.

미국은 한국을 동북아 안정의 린치핀(Linchpin)이라고까지 말했지만 그래도 미국편에 서서 중국과 맞장 떠줄 ‘깡이 있는’ 나라는 일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닐까?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가 사상 최대의 연합 해군훈련을 벌이던 지난 7월 5~12일 갑자기 일본과 함께 계획에도 없었던 맞불 훈련도 실시했고 일본 자위대와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상륙작전훈련도 실시했다.

한국 사람들의 중국과 일본에 대한 인식은 세계, 특히 미국 사람들의 중국과 일본에 대한 인식과 다르며 이 같은 인식차가 조만간 한미간에 전략적 갈등을 초래할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이춘근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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