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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02 오후 2:10:45ㅣ조회:2483]
단언컨대 ‘착한 좌파’는 없다 
악마가 처음부터 악마였던 건 아니다

사탄이 된 루시퍼는 원래 대천사 중의 하나로 미카엘의 쌍둥이이며 광명성의 천사였다.

유시민과 진중권이 자부하는 게 하나 있다. 자신들은 ‘또라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석기 사건이 터지자 “제정신이 아닌 것”(유시민) “80년대에도 볼 수 없었던 또라이”(진중권)라며 짐짓 정색을 하고 그렇게 선을 그었다.

물론 이석기의 충실한 교도를 자처하는 이정희가 그럴 수는 없었다. 그녀는 “농담”이라는 기상천외한 말로 지도자 동지를 위한 방어선을 쳤다. 파당적 입장은 다르지만 목적은 동일했다. ‘해프닝’임을 강조해 ‘진보’ 진영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다.

그런데 그들과 같은 시대를 살아온 또 다른 한 좌파인사의 얘기는 다르다. “거기서 한 얘기들이 완전히 생소한 것들이 아니었다. 예전에 운동을 했던 사람들은 들어봤거나 직접 해본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PD 계열로 여전히 마르크스주자임을 자부하는 이진경의 얘기다.

‘또라이’도 반복되면 흐름이 된다

이게 정직한 얘기다. 진중권은 잘 모를는지도 모르겠지만 80년대 운동권에는 그런 ‘또라이’들이 수두룩했다. 아니 어떤 점에선 운동권 전부가 그랬다. 명백한 마르크스 레닌주의자와 명백한 김일성주의자들이 캠퍼스를 휩쓸었고 노동 현장을 파고들었다. 각양각색의 크고 작은 좌익조직들이 만들어졌다. 궁극적 지향은 명백히 사회주의로 삼고 투쟁방법으로 평화적 비평화적 수단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조직들이었다.

이진경은 법정에서 “프롤레타리아 독재가 어때서”라고 당당히 떠들던 자였다. 폭력혁명을 꿈꾸던 사노맹도 있었다. “그래 우리는 사회주의자요”라고 하던 인민노련이 있었고, 김일성주의 주체혁명을 꿈꾸던 강철서신 그룹도 있었다.

‘또라이’들의 그런 우후죽순 이합집산이 무슨 큰 의미가 있냐고? 그 과정이 거듭되면서 노동 현장은 민노총 천하가 돼 갔고 교단은 전교조가 장악하고 학계도 좌익천지가 돼 반역적 역사 교과서를 만들어냈다.

개신교 천주교 불교 등 모든 종교계는 물론 문화계 언론계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전방위적으로 좌익이 헤게모니를 형성해갔다. 심지어 가장 보수적이어야 할 법조계마저도 우리법연구회에서부터 ‘빅엿’과 ‘가카새끼’에 이르기까지 망발이 횡행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여기에 더해 좌익단체에 헌금을 하고 있던 검사가 국정원을 수사하는 일까지 있었으니 더 무슨 말을 할 것인가?

정치판은 어떤가? 민주당은 이미 DJ 때부터 좌익의 둥지와 숙주가 된 지 오래며 노무현 대를 거치면서 완전히 좌익정당화 해버렸다. 심지어 그 반대편의 현 여당에서조차도 좌파적 습성을 떨치지 못한 부류들이 개혁을 운운하며 오랫동안 행세를 하곤 했다.

이런 지경이니 종북 정당이 버젓이 국고지원을 받아가며 북한 노동당의 2중대 노릇을 하고 있어도 제동을 걸 수 있을 리 없었다. 반공이 국시였던 나라가 민주화 20여년 만에 대공 방어망이 와해상태나 다름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민주화의 그늘에서 독초가 자라났다

“광화문 한복판에서 김일성 만세를 외칠 수 있는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자가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시장이 돼 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던 자가 대선에 불복하고 국정원 해체를 외치는 시위대열에 앉아 있다. 자유와 민주주의가 만개하다 못해 넘칠 지경이다.

그런데 야당 대표라는 자는 민주주의가 위기라고 한다. 역설적으로 분명 그렇긴 하다. 좌파들은 자신들의 표현의 자유는 맘껏 행사하지만 다른 사람이 그들을 “종북”이라고 부를 자유는 결코 존중하지 않는다. 민주적 절차의 가장 초보적 원리인 다수결의 원칙도 생떼로 이미 엉망이 됐다. 거기에 희한하게도 ‘국회선진화’라는 이름을 붙였으니 그 자체가 민주주의에 대한 조롱이나 다름없다.

이 어처구니없는 사태의 뿌리는 무엇인가? 민주화의 그늘에서 독초가 자라났다. 자유민주주의를 부인하는 자들이 자유를 방패로 세력을 형성해 자유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하게 된 것이다.

공산주의도 허용해야 민주주의, 반공은 낡은 것, 좌익을 배제하는 건 극우독재라는 식의 논법이 그럴듯하게 사람들을 현혹했다. 딱히 좌파적이지 않은 사람들도 그래야 선진적인 정치라 믿었다.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소박한 믿음이 있었다. 그런데 거기에 그 자신은 전혀 다양성을 존중할 의사가 없는 주의주장이 기생할 수 있다는 게 문제였다.

오늘날 사람들은 정치적 좌우의 문제를 불가피하고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프랑스 혁명 당시 자코뱅과 지롱드 양대 당파를 지칭하던 데서 유래된 이래 좌우라는 이 개념 틀은 이제 정치지형을 설명하는 일반상식으로 통용되곤 한다. 우파가 있으면 좌파가 있는 게 당연하다는 사고방식이다. 그러나 사실 좌파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게 함정이다.

처음부터 그랬다. 형식적 구분이 아니라 구체적인 역사적 실체로서의 좌파는 그 첫 주자부터 우파와의 공존을 거부했다. 게다가 그냥 공존 거부가 아니었다. 자코뱅은 계몽과 진보를 기치로 한 이상을 실현한다며 반대파를 모조리 처형했다. 이름하여 공포정치! 이른바 앙시앵레짐의 반동세력뿐만 아니라 애초 혁명적 이상에 뜻을 같이했던 지롱드는 물론 자기 당파들까지 대거 단두대로 보냈다.

공산주의와 파시즘의 뿌리 자코뱅

특수한 경우였을까? 아니다. 나중에 명실상부 좌익의 대표 자리를 차지한 마르크스와 그 후예들은 자코뱅적 폭주를 아예 교리적으로 공식화했다. 폭력혁명과 프롤레타리아 독재론이다.

“자코뱅은 자유를 매장했고 또 볼셰비키의 원조일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의 역사학자 프랑수아 퓌레(Francois Furet, 1927~1997)의 언명이다. 퓌레는 원래 공산주의자였다. 그러나 공산당을 탈당하고 전향한 뒤 프랑스 혁명사 연구를 통해 자코뱅과 공산주의 모두에 대해 비판을 전개했다.

퓌레는 프랑스 혁명이 유혈에의 탐닉과 광란으로 얼룩진 흑역사였음을 가차 없이 드러냈다. 그리고 그 광란이 결코 외부세력의 침략 때문에 빚어진 게 아니라 내부의 통제불능의 극단주의자들 때문이었음을 지적했다. 그게 자코뱅이었다.

그의 입장에선 마르크스는 또 다른 자코뱅주의자요 볼셰비키는 20세기 판 자코뱅이었다. 사실 이러한 평가에는 마르크스와 레닌도 기꺼이 동의할 것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퓌레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마르크스와 레닌은 물론 그 어떤 좌파도 결코 동의하지 못할 주장을 덧붙였다. 볼셰비즘과 파시즘이 근본적으로 동일하다는 것이다. 공산주의와 파시즘은 굳이 따로 구분할 이유가 전혀 없는 한 무리의 전체주의의 쌍생아라는 것이다.

물론 그 쌍생아의 운명은 역사 속에서 잠시 엇갈렸다. “볼셰비즘과 파시즘은 이렇게 역사의 극장으로 거의 함께 입장했다. 파시즘은 그 퇴장과 함께 모든 매력을 상실했으나 공산주의는 그 스스로 ‘반파시즘’으로 자처하면서 여전히 매력과 생명력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런 엇갈림이 어떻든 볼셰비즘과 파시즘은 근본적으로 동일했다. 그래서 공산주의, 파시즘, 자유국가의 세 진영이 아니라 전체주의 진영과 자유주의 진영 두 개의 진영만 존재했을 뿐이라는 게 퓌레의 결론이었다.

근대 초기 보수주의와 자유주의가 날카롭게 대립을 하던 때도 있었다. 계몽주의의 개막기, 보수주의는 반동이라는 비난을 무릅쓰며 ‘자유’라는 개념 자체를 적대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보수주의는 이제 더 이상 자유를 적대시하지 않는다. 보수주의는 이미 그 내부에 자유를 지켜야 할 자신의 가치로 포섭하고 있다. 다만 보수주의는 자유‘주의’가 아닐 따름이다. 다시 말해 자유를 지켜야 소중한 가치로 인정은 하되 그것을 모든 것으로 절대화하지 않을 따름이다.

그러나 좌파는 처음부터 그리고 자유주의적 가치가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진 지금도 결코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물며 김일성주의와 공산주의라면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한국의 좌파들은 아직도 김일성 만세와 공산주의의 자유를 운운하고 있다.

세련된 공산주의와 후진적 공산주의?

종북파에 대해선 이제 국민적 평가가 분명해졌다. 그러나 非종북 좌파에 대해선 일말의 기대가 존재한다. 종북적이지만 않다면 좌파라도 우려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환상이다. 볼셰비즘과 파시즘을 굳이 구분하는 것처럼 의미 없는 일이다. 실제로 당시 유럽에선 나치즘이 공산주의와 대결한다는 차원에서 잠깐은 호의적 시선을 받은 적도 했다. 그러나 역사가 말해주듯 그것은 완전한 실수였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석기 사건이 터지자 이른바 진보진영에서는 앞 다퉈 선을 긋고 나섰다. 예전에는 마치 아무것도 몰랐다는 듯한 태도다. 그러나 이건 매우 가증스러운 것이다.

그들은 종북주사파의 실상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보수’와 싸우기 위해 그 점을 드러내지 않고 손잡는 쪽을 택했다. 이석기를 풀어주고 방치했을 뿐만 아니라 마침내 국회까지 진입하게 만든 건 누구였나? 야권연대를 할 때 과연 이석기 세력의 실체를 몰랐나?

非종북적 사회주의 공산주의는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그림이다. 실제의 정치행동에선 그들은 결국 언제나 너나 구분 없이 동일한 좌파연대를 형성해 왔다. 그리고 종북을 비난하고 척결하기에 앞서 언제나 정권과 보수우파를 성토하는 데 바빴다.

북한은 공산주의도 아닌 전근대적 왕조체제라는 평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세련되고 선진적인 공산주의가 따로 있는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그런 건 없다. 폭력혁명으로 권력을 탈취하든 선거로 합법적으로 집권을 하든 모든 공산주의는 반드시 지금의 북한 같은 꼴로 전락하기 마련이다.

스탈린 모택동은 결코 과도기적 일탈이 아니다. 선거로 집권한 아옌데라고 해서 별다를 게 없었다. 급진주의적 조치로 칠레를 완전히 망가뜨려놓았다. 피노체트를 어떻게 평가하든 아옌데의 실패는 너무나 명확하다. 그것은 마르크스주의의 본성이자 숙명이다. 이상주의를 내걸고 인간의 이성으로 그것을 달성할 수 있다고 믿으며 그것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려는 태도가 결국 악마화로 치닫게 만드는 것이다.

광명성의 천사가 사탄이 된다!

악마가 처음부터 악마였던 건 아니다. 사탄이 된 루시퍼는 원래 대천사 중의 하나로 미카엘의 쌍둥이이며 광명성의 천사였다. 이 천사가 바로 사탄이 된다. 공산주의의 이상만은 나름대로 인정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루시퍼도 그렇다.

종교를 믿든 안 믿든 이 신화적 비유에는 함축이 있다. 비유컨대 마르크스는 세계에 실존한 일종의 루시퍼이며 그 주의자들은 그 사도들이었다. 그들은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김일성은 광명성에 비유됐으며 그들이 쏘아올린 로켓들의 명칭은 광명성 1호 2호 3호였다. 야릇한 우연 아닌가? 달리 표현하면 김일성은 루시퍼요 그들의 로켓은 루시퍼 1호 2호 3호 라는 뜻이니 말이다.

과신은 광신이 되고 광신은 폭주를 낳는다. 그리고 폭주에는 악마적 종막이 뒤따른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한계의 자인과 겸손을 잊으면 그런 종막을 맞는다. 지옥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그게 바로 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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