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의 시도로 큰 재물을 얻거나 크게 성공하려는 태도를 속되게 이르는 말 '한탕주의'. 그런데 이와 유사한 단어가 북한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민 김백만 씨는 북한의 반탕주의를 소개했다. 일반 주민 사이에 널리 사용되는 이 단어는 2000년대 초반부터 북한에 밀수가 성행하면서 생긴 용어라고 했다. 그 전까지는 암암리에 진행되던 밀수지만 고난의 행군을 거치는 동안 아사자가 발생하면서 정권의 선전으로는 살 방도를 찾지 못한 주민들이 대량으로 밀수에 뛰어들며 생긴 용어라는 것.
반탕주의는 밀수를 하는 주민이 경비대와 반반씩 나눠야 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밀수를 하는 주민을 커버해주는 국경경비대가 있어야만 밀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김백만 씨는 설명했다.
최근 남한에서는 해외 직구 열풍이 불고 있다.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한 사람은 없다는 우스갯말이 돌 정도인데, 김백만 씨는 "북한에서도 밀수를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면서 "북한에서 밀수는 큰돈을 벌기 위한 기초와도 같다"고 말했다.
"북한에 살 당시, 아내가 염소밀수를 했다. 염소들을 줄에 매어서 중국으로 끌고 가는 일을 했는데 급이 있는 군대와 줄이 있어서 다른 사람들보다야 밀수를 한결 편안하게 할 수 있었다."
김백만 씨는 "북한에서 밀수는 군대와 연계가 없으면 불가능하다"면서 "적어도 군대와 반을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북한에 '반탕'이라는 용어가 있다는 설명이다.
"반탕만 해도 성공이죠."
탈북민 김은화 씨는 북한에서는 반탕만 해도 성공이라고 했다. 국경경비대가 뒤를 봐주는 조건으로 걷어가는 돈(북한에서는 이 돈을 '카바비'라고 부른다고 했다.)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카바비 명목으로 반탕만 해도 성공한 것이다. 악질인 군대들은 70%, 경우에 따라서는 80%까지 요구하기도 한다."
경비대에 그만큼의 돈을 떼이면 장사를 허탕 친 것과 다름없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은화 씨는 "그래도 북한에서 살아남으려면 장사를 해야 한다"면서 "더럽고 치사해도 군대에 그만큼의 돈을 갖다 줘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에서 밀수가 흥행하며 생긴 용어 '반탕'. 그런데 이 용어는 정권의 억압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주민들의 치열함이 담긴 용어이다. 정권이 조장한 경제난 속에 살아남기 위한 용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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