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포털사이트에서 추석 선물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추석에 직장인이 받고 싶은 선물 순위를 알아보는 설문이었는데 3위는 가공식품, 2위는 농축수산물이고 1위가 현금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받는 사람의 취향과 실속을 중시하는 풍조로 현금 선물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와 관련, 2010년 탈북한 혜산 출신 박난희 씨는 남한에 와서 첫 추석 때를 잊지 못한다고 했다. 사무보조로 근무하는 박난희 씨에게도 추석 보너스와 선물이 지급됐기 때문이다.
"일한 지 몇 달 되지도 않은 말단직원까지 추석이라고 챙겨주는 남한 사회의 배려에 감동했다"면서 "북한에서는 추석이라고 해서 특별히 주어지는 것은 없다. 오히려 추석이 되면 윗사람에게 뇌물을 고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남한에서는 직원이 선물을 받지만 북한에서는 간부가 선물을 받는다"면서 "윗사람에게 얼마나 잘 보이느냐가 그 사람의 직책 유지 여부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박난희 씨는 "솔직히 추석에 뇌물을 고이는 것도 어느 정도 사는 사람들 이야기이긴 한데, 나와 함께 장마당에서 일하던 아주머니들은 모두 추석 선물을 장만하려고 열심이었다. 웬만한 사람들은 직장 간부들에게 추석에 뇌물을 고인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뇌물을 줘서 어떤 특혜가 있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박난희 씨는 특별히 기억나는 것이 없다고 대답했다. 별 이득도 없는데 선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냐고 되묻자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뇌물을 고이는 북한에서 추석같이 특별한 날이면 그 경쟁이 더 심해진다"면서 "다들 뇌물을 고이는데 나만 고이지 않으면 눈치가 보인다. 차라리 며칠 고생하더라도 간부들에게는 뇌물을 고이는 것이 훨씬 낫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승진하겠다고 뇌물을 고이는 편은 거의 없고, 뇌물을 고이는 이유는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다. 사정이 있어서 출근을 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뇌물을 고여놓으면 훨씬 편하다. 그렇지 않으면 규정대로 단련대 명단에 넘어가게 되지만, 간부 손끝에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북한에서는 간부와 친하면 규정도 묵살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살 때는 추석이 되면 이번에는 어떤 선물을 해야 될까 고민을 했는데 남한에 온 뒤로 추석이 되면 행복하다. 간부들의 선물을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편한데다가, 위에서부터 주어지는 선물이 내심 기대가 된다. 올해는 어떤 선물을 받을지 추석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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